자기가 아침에 야외활동할 때 친구들이랑 바닥에 그린 그림이라고 설명해주더니 잽싸게 도망가는 아들녀석
이 사진을 찍자마자 놀라서 고함지르며 쫓아가야했다. 물론 씨익 웃으면서 엄마를 기다려 주긴 하지만.....
요새 산이는 말이 너무 너무 많아서 하는 이야기를 모두 주의깊게 들어줄 수 없는 수준에 다달았다. 게다가 그게 죄다 논리에 맞거나 알아 들을 수 있는 평범한 어휘로 구성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뭔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만들이 이미지들로만 결합되어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 산이가 가장 즐거워 하는 인삿말이 "내일 똥꼬로 만나요" 라는 말인데, 똥꼬가 들어가니 근사하게 느껴지나보다.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니까 '그냥 연습해봤어' 하면서 씨익 웃는다.
워킹맘에게는 아침이 가장 부산하고 힘들다. 언젠가부터 밤 기저귀 떼는 훈련을 그만두었다. 언젠가는 가릴테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챙기는 것이 너무나 버겁고 힘들다는 핑계로 그냥 기저귀를 묵묵하게 채운다. 어딘가에서는 만5돌은 되어야 밤 기저귀를 뗀다고 하니까 더 이상 스트레스를 서로 주고 받는 일은 그만하는 것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좀 놀리게 된다. 어젯밤에도 새벽에 약간 타이밍을 놓쳤더니 이불에 바로 쉬야를 싸 놓으셨다. 다행히 깔아 놓은 요에는 아무 이상도 없지만.
어린이집의 산이반 아이들은 사이가 엄청 좋다. 산이는 아침에 등원할 때도 친구랑 같이 가고 싶어서 어린이집 입구에서 서성거리고 자꾸 뒤를 돌아본다. 저녁에 데리러 가면 친구가 나올 때 까지 놀이터에서 기다리면서 놀다가, 친구가 나오면 그 친구랑 또 논다. 그러니 어영부영 놀이터에서 1시간 가까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 사이에 페이스북을 보거나 엄마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된다. 그러면서 느끼는 것이 일하는 엄마들은 일과 가사, 육아 사이에서 방황하다보니 자기 방향 설정을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 사이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해주곤 하는데, 너무 오지랍이 넓어 지는 것 같아서 개입을 많이 하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이지 말리고 싶고, 뭐라고 야단쳐주고 싶은 엄마들이 생각보다 너무 많다.
* 첫번째 이야기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보여주는 엄마는 오히려 양호하다. 스마트폰 게임, 컴퓨터 게임 같은 걸 시키는 부모가 생각보다 꽤 된다. 교육 효과가 있다면서 '키봇'을 구매하는 엄마도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아이들이 나중에 집중력을 가지고 꾸준히 공부하는 아이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일까?
* 두번째 이야기
책을 사면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선생님이 와서 읽어주고 가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한다. 5살쯤 되면 서서히 글밥이 많은 책을 보니까 한두권 읽어주는 것도 지칠 노릇이니 그럴만도 하겠지만, 안그래도 하루 24시간 중에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적은 워킹맘이 책 읽어 주는 것도 남에게 맡겨야 할까. 게임이나 TV에 아이를 맡기는 것 보다는 낫다고 위안을 삼아야 할까?
* 세번째 이야기
이제 슬슬 한글도 배워야 하고, 영어도 배워야 하고, 배울 것들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아이에게 찾아오는 선생님이나 다른 교육 프로그램을 추가로 시켜야 하는 것이 아닐까? 기관에 다니고 있지만 기관에서 어느정도 해주고 있는지 의심스럽고 엄마가 뭔가를 더 해줘야할 것만 같아서, 하원하고 학원을 하나 더 다녀야 할것인가?

나도 아이폰을 처음 샀을 때는
유튜브로 이렇게 동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TV나 동영상을 지속적으로 노출했을 경우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 가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하고 계신다. 그것은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아니라 '방치'하거나 '유기'하는 것에 가깝다. 그런 매체들을 아이가 보고 있는 것은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체험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어른과 매우 다른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그런 매체에 반복적으로 노출된 아이가 책상에 앉아서 가만히 공부할 수 있는 차분한 아이가 될 수 있을까? 일종의 게임중독인 상태에 아이를 방치하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그런 아이들은 계속 계속 그런 매체만 수동적으로 보려고 하지 자신이 뭔가 적극적으로 하려고 들지 않게 된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자질은 '호기심'과 그 호기심 해결은 위한 '적극성', 그리고 '체력'이 필요하다. 집중력? 인지능력? 생각보다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궁금해서 못 견디겠고, 그 궁금증을 스스로 해결하려는 마음가짐, 그리고 그것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체력이 필요하다. 이런 걸 배우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운동'이나 '다양한 생활체험'이지 영상을 통한 '간접경험'은 확실히 실제로 체험하는 것보다는 질이 떨어진다.
예컨데 컴퓨터나 책으로 코끼리의 특성에 대해서 아무리 이야기해도 그 크기를 실제로 보고, 냄새를 맡고, 소리를 듣는 것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코끼리는 크고, 귀가 크고, 코가 길고....이렇게 아이에게 말해주는 시간보다 단 1초간 직접 보게 하는 편이 훨씬 많은 정보가 전달된다. 그래서 현장체험, 경험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도 수업시간에는 될 수 있는대로 아이들을 현장에 많이 데리고 다닐려고 하는데, 그 이유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아이와 하루종일 떨어져 있다가 저녁에 3~4시간 정도 같이 있다가 밤에 재우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밥도 해 먹어야하고, 자기 자신도 휴식을 취해야하고, 집안일도 해야하기 때문에 워킹맘은 바쁘고 힘들다. 그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보내지 않으면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씻기는 시간 10여분, 잠자기 전의 30분이다. 아이는 엄마를 계속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잠자리에서라도 엄마랑 놀려고 하기 때문에 쉽게 잠들지 않는다. 그러다 보면 엄마는 지쳐서 짜증내게 되고.....이게 남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자주 그런다. 그러다가 이러면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설겆이나 빨래는 좀 뒤로 미루고 될 수 있는 대로 아이와 시간을 더 보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까, 어떤 것을 찾아야 할까.

요새는 아이에게 아이폰은 카메라가 되었다.
엄마 사진을 찍어주는 자상한 아들
요새는 저녁밥을 먹고 나면 설겆이하기 전에 한글공부를 하곤 한다. 한글을 떼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사실 한글 책을 벌써 2번째 하고 있지만 산이는 못 읽는 글자, 못 알아보는 글자가 너무 많다. 그래도 엄마랑 공부하는 시늉내고, 그 상으로 체리나 사과, 초콜릿 등등을 얻어먹는 저녁 시간이 즐거운지 '공부하자'고 먼저 자기가 조르곤 한다. 공부하는 시간이 엄마하고 같이 하는 즐거운 시간이 된 탓이다. 하기 싫다고 하면 억지로 시키지도 않는다. 아직은 5살이니까...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바깥에 나가서 시장을 보기도 하고, 놀이터에 다녀오기도 한다. 어제는 맘 먹고 놀이터에서 술래잡기하면서 놀아주니까 밤에 일찍 곯아떨어져 잤다. 역시 아이는 몸으로 놀아주는 것을 가장 즐거워 한다. 잘 때도 엉덩이를 서로 맞대고 엉덩이~ 엉덩이~ 하면 좋아라 깔깔 대다가 잠든다.
그래서 내 철학은 뭐냐면, 동영상이건 뭐건 미리 아이와 정한 만큼만 하게 한다는 것이다. (당장 오늘 저녁에 아이랑 마다가스카 3을 두번째로 보러 갈 예정!!) 아니면 같이 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가. 산이는 동영상을 덜 보면 책을 더 많이 읽어주기로 약속을 하면 좋아하면서 책을 들고 잠자리로 간다. 자기가 보고 싶은 책을 자기가 골라서.
그리고 공부건, 놀이건 뭐가 되었던 간에 될 수 있는 대로 엄마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떨어져 있었으니까 단 10분이건 20분이건 아이와 둘이서만 뭔가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서 같이 보내려고 노력한다. 생활의 과정 하나 하나를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도록 바꿔 나가는 노력도 하고. 이것 저것 심부름도 시키기도 하고, 과일을 먹이면서 동시에 설겆이를 하면서 먹은 그릇은 이렇게 씻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해주고.
아직은 기저귀던 한글이건 떼지 않아도 되는 나이고, 영어를 죽어라 시킬 필요도 없다. 친구들과 밖에서 뛰놀면서 엉망이 되도록 더러워지고, 엄마가 지칠 정도로 질문을 던져서 괴롭히는 나이, 미운 5살이다. 이 시간도 곧 지나가서 언젠가는 친구들과 캠프간다고 할 것이고, 엄마가 뭘 아냐면서 쏘아 붙이는 시기도 올 것이다. 아직은 엄마가 절대적이고 필요한 이 시기에 나는 아이와 충분히 즐거웠다고 말해주고 싶은 것, 이것이 내 육아철학이기도 하고, 인생철학이기도 하다.



덧글
특히 호기심-적극성-체력. 정말 동감이예요.
요즘 부쩍 피아노 배우고 싶어하는데 이것도 어떤 방법이 좋을지 그냥 고민만 하고 있어요.
어제는 퇴근해서 엉덩이 한 번 못 붙여보고 바로 놀이터로 직행.
깜깜한 놀이터에서 번갈아 그네 밀어주면서, 그래, 이게 최선이겠지. 생각했어요.
마언니도 저도 모두 화이팅!
저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데.
고작 14개월 된 조카 자라는걸 보니 생각보다 아이들의 흡수력이란 상상을 초월하더라고요.
엄마가 옆에서 많은걸 해줘야겠다 싶은데
저 자신을 지탱해 오던 일과 앞으로 태어날 아이와의 관계속에서 아직도 갈피를 못잡고 있어요.
부모가 된다는것도 어떤 방법이든간에 공부를 많이 해야 할것 같아요.
물론 닥치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
예컨데 벼가 잘 자란다고 뿌리채 잡아 당기면 죽어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랄까....
일과 아이의 문제는 어려워요. 션님께서 모쪼록 해답을 잘 찾기를 바랄께요.
2012/06/19 19:1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그 과정에서 서로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실제로 느낀 것이 이러면 안되겠다는 반성이거든요.
물론 그런 '시기'가 있긴 있어요. 뽀통령을 영접하면......제어가 안되서....
방법은 TV나 영상물을 보여주더라도 '같이 보고', '이야기하고', '골라보고' ...등등의
개입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그래서 오늘은 4개 보자, 2개 보자...하면서 갯수를 점점 줄이고
대신 책을 몇 권보자는 걸로 바꿔 나갔는데 그게 5-6개월 쯤 걸린 것 같아요.
그 결과, 전 1시간 전에 아이를 재우고 지금 블로깅 할 수 있답니다!!!!!
아이를 키울 때 아무리 시간을 같이 보낸다고 해도 모자라더라구요.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아이를 떼놓는 방법을 쓰는군요. 저희 땐 TV광고만 비디오테입에 녹음해서 틀어주는 부모가 있다고 들었는데 말이죠.
하지만 아무리 아무리 시간을 같이 보내도 모자란 것이 맞는 것 같아요.
나중에 이 시기를 같이 못 보낸 것에 대해서 엄청 후회할 것 같다랄까.....무엇보다 너무 이뻐요!!!!
어린 시절을 행복하게 보냈다는 '추억'을 산이에게 주고 싶어요.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이 되면 서로 각자 자리에서 혼자살아가는 법을 서서히 익혀야죠!!!!
스마트폰 게임을 10분, 20분 할 순 있다고 생각해요. 30분, 40분도요.
그렇지만 2시간, 3시간 시키는 부모들이 있더라고요.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스마트폰 동영상부터 틀어주는 부모도 본 적 있어요. -_-;;;
그런데 현진이를 키우면서 저는 '내가 조금 덜 다혈질이고, 조금 더 넉넉하고, 조금 더 부드러운 사람이었으면...'이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이론적으로는 조바심을 내지 말고, 그저 묵묵히 기다려줘야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가끔씩 '욱!'하는 순간이 있곤 하거든요... ㅎㅎ
토요일에는 애가 속이 안좋았는지 먹은 걸 다 토하는 일이 있었거든요... 그런 줄도 모르고 저 피곤하다고 계속 왜 낮잠을 안자고 보채냐고 짜증을 낸 게 미안해서 다독여주고, 토한 거 정리하고 했더니, 세탁기를 돌리고 나오는 저한테 '엄마, 고맙습니다'라는 거예요... 애가 너무 주눅든 게 아닐까, 덜컥 걱정이 되더라구요... ㅜㅜ 애를 좀 더 자유롭게 해줘야할 것 같아요...
문제는 이 녀석이 그런 순간에도 정말 화가 난 것인지, 아님 장난인지 분간을 못하고 들이댄다는 것.
주변에 물어보니 5살짜리 아이들의 특성이 장난과 실제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래.
그래서 좀 진정하기는 하는데....사실 5살쯤 되면 많이 키웠단 생각이 들잖아.
그렇지만 이 아이들은 속은 고스란이 아가라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
하긴 어른도 속에는 아가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으니 이 아이들은 오죽하겠어.
난 근데 현진이가 이미 자기 나름대로 자유로울 거라고 생각해.
원래 맏이는 엄마나 아빠에게 고맙단 이야기 잘해. 나도 그렇고, 산이도 그렇고. ^^
2012/06/20 05:42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아이에게도 그런 스마트한 모습을 보여주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비밀님의 2세가 기대되요~!!!
하지만, 제 아내 생각도 '아직은' 입니다.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몰라도 아이와 싸우며...밥을 먹지요....
오늘 글은 동감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
요새 네비게이션에 각종 애니메이션 담아서 다니시는 분들 많잖아요. 그런데도 굿굿하게.....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
아디양 팔 물려온 거 보고 저도 좀 분노했었는데, 너무 이쁩니다. 눈썹이 맘에 들어요.
동영상 얘기는 약간 반성하게 되네요. 둘째 때문도 그렇고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어서 방치 아닌 방치를 해둔 적이 많은데.. 다행히 유설이는 알아서 자제를 하더라구요. 이것까지만 보고 안볼께 하면 정말 딱 거기까지.
워킹맘이 아니더라도... 엄마들은 항상 아이와 함께 방황하는듯 합니다; 어떤게 맞는건지 모르겠어요. 사실은.. 정답이란건 없는거겠죠.
저의 철학은..
어찌되었든 아이가 행복하면 그만.. 이걸까요? ㅎㅎ
보여주는 것 자체로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너무 안보여주고 제한하는 것도 거꾸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일반 직장어린이집에 다니는 우리아이의 어린이집에서도
영어는 일주일에 3회 이상 들어있는 과정이랍니다.
그래서 한글을 부랴부랴 가르쳤어요.
ABC를 ㄱ, ㄴ, ㄷ 보다 먼저 배우게 될 상황이었으니까요.
2012/06/25 16:36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산이랑 이것 저것 하는게 습관이 되다보니 이젠 옆에 없으면 심심해요....아마, 전 산이 덕분에 사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때부터 핸폰으로 겜중독처럼 들여다보고 있으면 눈이 얼마나 나빠질까 이런 걱정도 들고. 아무튼 이건 정말 확달라진 요즘 커넥션인데, 한편으로 언젠가 컴퓨터가 다 망쳐놓을거라고 했던 과거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 생각났어요. 어떻게든 커넥팅 방법은 변하기 마련인거 같아요.
암튼 마언니는 정말 좋은 마엄마..
애들 6세까지 부모님과의 관계가 정말 중요하다던데 산이는 듬뿍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네요!
ㅎㅎ 맞아요 실컷 놀아주는 나이도 길어봤자 고작 10대 중반??까지잖아요. 더 크면 같이 놀고 싶어도 놀아주지도 않는데 ㅎㅎ